이번 파리올림픽에서 만들어진 신조어 ‘총활검’이라는 말은 세계적 석학 재레미 다이아몬드의 대표작으로 한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총균쇠’라는 책 제목을 떠오르게 한다. 아마도 총활검이라는 말이 생겨난 것은 ‘총균쇠’가 세계역사의 운명을 바꾸는 힘이 됐듯이 총활검이 앞으로 한국 스포츠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꾼 동력이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된다. 총활검은 사격, 양궁, 펜싱에서 쓰는 도구이지만 한편으로는 무기이기도 하다. 활은 인류가 사용한 가장 오래된 무기 중의 하나이다.
2013년 발간된 정진명의 ‘한국의 활쏘기’에 따르면 활은 고유한 한국어로 뜻이 확실하지는 않지만 비슷한 말들이 있어 어원을 추정해 볼 수 있다. '활개'는 두 날개, 두 팔 또는 두 다리를 벌렸을 때를 가리키는 말이다. '활개치다'는 새가 날개를 치는 것을 말한다. 즉 '활'은 두 팔이나 날개를 쫙 편 상태를 의미한다. 또한 '훨훨'과 '휘다', '휘어지다'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또한 '활'은 나무를 가리키는 경우가 있는데, '화라지'는 '활+아지'가 변한 말로 옆으로 길게 뻗은 나뭇가지를 땔나무로 이를 때 쓰는 말이며, '회초리'와 닭이 올라가 앉는 나무인 '홰'도 활과 같은 어원을 가지고 있다. 이런 말들을 고려해 볼 때 '활'은 가늘고 기다란 것을 휘이기 위해서 두 팔을 쭈욱 펴는 것을 가리킨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우리말 ‘활쏘기’를 한자어 ‘궁술(弓術)’이라는 말로 썼다. 인터넷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궁술’이라는 한자어가 총 18회 검색된다. 조선시대부터 궁술이라는 말을 자주 썼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 언론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궁술과 활쏘기를 같이 써서 보도했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 의하면 동아일보 1924년 5월13일자 ‘활쏘기入賞者(입상자)’ 기사가, 조선일보 1924년 9월27일자 ‘高興弓術會員(고흥궁술회원)에게’ 기사가 각각 실렸다. 활쏘기와 궁술이 비슷한 시기 번갈아 쓰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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