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프 시즌의 시작에서 떠오른 고사성어는 마중지봉(麻中之蓬)이다. 본디 쑥은 줄기가 비스듬히 휘어 자라지만, 곧은 삼밭 속에서 함께 자라면 자연스레 곧게 뻗는다는 뜻이다. 『후한서』 유향전(劉向傳)에 나오는 구절로 사람도 누구와 함께하느냐에 따라 품성과 습관이 달라진다는 교훈을 전한다.
골프도 이와 다르지 않다. 새로운 시즌을 여는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은 스코어가 아니라 동반자와 환경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라운드는 그 자체로 배우고 익히는 장이 된다. 서로의 플레이를 존중하고, 작은 배려에 웃음으로 화답할 수 있는 분위기 속에서는 골프 실력뿐 아니라 골프인의 품격도 자라난다.
그러나 초반에 삐끗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무너지는 건 아니다. 바로 여기서 세로토닌의 골프, 즉 차분함이 필요하다. 작은 실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자연과 동반자의 호흡 속에서 안분지족의 마음을 가지는 것이야말로 시즌을 길게 가져가는 비결이다. 결국 마중지봉처럼 좋은 환경과 마음가짐이 스스로를 바르게 세우는 힘이 된다.
△좋은 동반자가 곧 좋은 골프다
라운드의 질은 코스보다 사람이 좌우한다는 사실을 골퍼라면 누구나 공감한다. 클럽하우스가 아무리 화려해도 동반자의 예의가 부족하다면 그날은 지루하고 힘든 하루가 된다. 반대로 비록 코스 시설이 소박하더라도 동반자가 배려심 있고 유쾌하다면 그날은 오래 기억되는 명라운드가 된다.
이는 곧 마중지봉의 지혜다. 곧은 삼밭 같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라면 나 또한 저절로 바른 골퍼가 된다. 티샷 순서를 배려하는 습관, 퍼팅 라인을 밟지 않는 기본 예의, 캐디에게 건네는 따뜻한 한마디, 이 작은 행동들이 모여 골프 문화를 풍요롭게 한다.
골프의 계절이 시작되면 우리는 필드 위에서 또 다른 인생을 배운다. 성취의 순간에는 도파민이 폭죽처럼 터지고 실패의 순간에는 세로토닌이 우리를 위로한다. 중요한 것은 승불교 패불내(勝不驕 敗不餒)의 자세다. 잘 되더라도 교만하지 않고 잘 풀리지 않더라도 낙담하지 않는 태도야말로 골퍼에게 필요한 진짜 실력이다.
9월 1일, 시즌을 여는 첫 라운드는 마치 신학기의 첫 수업과 같다. 긴장과 설렘 속에서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좋은 동반자와 함께 걸음을 내딛는다. 마중지봉처럼 곧은 삼밭에 서 있는 쑥이 되듯 좋은 환경과 동반자 속에서 우리는 더 좋은 골퍼로, 더 좋은 사람으로 자라날 수 있다.
△골프는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
골프는 홀 하나, 스코어 하나로 완성되지 않는다. 함께 걷는 동반자, 함께 만드는 분위기, 그리고 계절이 주는 풍경이 합쳐져 비로소 한 라운드가 완성된다. 9월 1일은 단순히 달력의 하루가 아니라 새로운 골프 시즌의 개막을 알리는 출발선이다.
올 가을, 필드 위에서 당신의 곁에는 어떤 삼밭이 서 있는가? 마중지봉의 지혜처럼 좋은 사람들과 함께할 때 골프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인생을 닮은 깊은 울림을 줄 것이다.
마중지봉(麻中之蓬). 좋은 골퍼는 좋은 동반자와 함께 만들어진다. 9월, 새로운 시즌의 시작에 이 고사성어를 마음에 새기며 첫 샷을 날려보자.
[김기철 마니아타임즈 기자 / 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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