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163] 펜싱 선수를 왜 ‘펜서’라고 말할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4-07-29 05:14
결승전에서 환호하는 펜서 오상욱. [파리=연합뉴스]
결승전에서 환호하는 펜서 오상욱. [파리=연합뉴스]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겨준 오상욱은 이미 세계적인 ‘펜서’로 평가받았다. 2019년 세계선수권대회, 2019년과 올해 아시아선수권대회,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보유했던 그는 이번 올림픽 금메달로 '개인전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펜서라는 말은 펜싱을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인 영어 ‘Fencer’를 우리말로 발음한 것이다. 이 단어는 자신을 방어한다는 뜻인 동사 ‘Fence’에 사람을 의미하는 접미사 ‘-er’을 붙여서 펜싱을 하는 사람이라는 명사형이 됐거나, 방어를 의미하는 명사형 ‘Fence’에 ‘-er’을 사용해 만들어졌다는 설명이다. 영어용어사전에 따르면 ‘Fencer’라는 말은 총이 등장하기 직전인 1500년대 후반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중세 시대의 서양 검술 매뉴얼들은 대부분 15세기에 많이 나왔다. 중세 후기의 서양검술의 형성은 갑옷의 발전과 그에 따른 방패의 소멸에 기인한다. 11세기부터 꾸준하게 진행된 갑옷은 14세기 후반에 정점을 이루어 기사들은 방패를 쓰지 않기 시작했다. 그와 더불어 양손으로 사용하는 롱소드의 활용 비중이 매우 높아졌고, 15세기에는 백병전 기술이 매우 중요하게 발달한 황금기였다. 스포츠 펜싱도 대략 이 무렵 호신용과 건강을 위해 등장했다고 한다. (본 코너 1150회 ‘왜 펜싱이라 말할까’ 참조)

우리나라에서는 펜서라는 말을 쓴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 무렵부터인 것으로 확인된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 따르면 1988년 9월19일자 ‘올림픽 3,000번째金(금) 29일 下午(하오)에 나온다’ 기사에 1896년 제1회 아테네대회이후 서울올림픽에서 3000번째 금메달리스트는 펜싱의 펜서가 차지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일부에서는 검을 사용한다는 뜻으로 영어 '펜서' 대신 '검객(劍客)'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비슷한 의미로 '검사(劍士)'라는 의미도 있고, 다소 비하적인 명칭으로 '칼잡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일본에서는 펜서를 ‘フェンシング選手です(펜싱 선수)’라며 ‘펜싱’이라는 영어명에 일본식 한자어 ‘선수’라는 이름을 붙여 쓰고 있다. (본 코너 14회 ‘‘선수(選手)’에 ‘손 수(手)’자가 들어간 까닭은‘ 참조)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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