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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611] 북한 축구에선 왜 ‘스로인’을 ‘옆던지기‘라고 말할까

2025-11-22 07:05:55

2019년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벌어진‘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남북한 경기. ’
2019년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벌어진‘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남북한 경기. ’
북한 축구는 ‘스로인’을 ‘옆던지기라고 부른다. 남한은 국제 용어인 영어 ’throw-in’을 음역해 ‘스로인’이라 말하는데 반해, 북한은 행동을 그대로 풀어 ‘옆던지기’라 말한다. 남북한의 표현 방법은 다르지만, 모두 ‘throw-in’의 핵심 요소인 ‘던진다’와 ‘안쪽으로 넣는다’는 원리를 담고 있다. 외래어를 받아들이는 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 규칙적 본질을 드러내는 구조는 동일하다.

‘throw-in’은 말 그대로 'throw(던지다)'와 'in(안으로)'이 합쳐진 단어이다. ‘throw’라는 동사는 고대 영어 ‘prawan’에서 비롯되며, ‘던지다·내던지다·세게 밀다’라는 의미를 지닌 게르만어족 고유 어휘다. 방향을 나타내는 전치사 ‘in’ 역시 고대 영어 형태 그대로 이어져 내려온 단어이므로 ‘throw-in’은 문자 그대로 ‘안쪽을 향해 던지는 행위’를 뜻한다.

이 단어가 축구 규칙 용어로 굳어지는 데에는 19세기 잉글랜드 축구의 규칙 통일 과정이 결정적이었다. 1863년, 런던의 여러 구단이 모여 축구와 럭비를 분리하는 역사적 회의를 열었을 때, 공이 터치라인 밖으로 나갔을 경우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가 중요한 의제였다. 당시 각 지역 규칙은 제각각이었다. 어떤 곳은 킥으로 재투입했고, 어떤 곳은 럭비식 스크럼을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공을 다투었으며, 어느 곳에서는 단순히 ‘가장 먼저 공을 잡은 사람이 다시 넣는다’고 규정했다. 이 혼재된 방식 속에서 FA는 최초의 통일 규칙을 만들며 “첫 번째로 공을 잡은 선수가 그것을 안으로 던져 넣는다(throw it in)”고 명문화했다. 여기서 동사구 ‘throw it in’이 이후 고정된 명사적 표현인 ‘throw-in’으로 굳어졌다.
우리나라 언론은 일제강점기때 ‘드로임’, ‘드로잉’ 등으로 쓰다가 해방 이후 외래어 표기법에 ‘스로인’으로 바꿔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30년 11월30일자 ‘개전벽두(開戰劈頭)부터백열전(白熱戰) 전경성군쾌승(全京城軍快勝)’ 기사는 ‘개전벽두(開戰劈頭)부터 경성군공세(京城軍攻勢)를취(取)하이육박(肉迫)하다가분기(奮起)한평양군(平壤軍)은장구적진(長驅敵陣)에침입(侵入)하엿스나 경성군(京城軍)RF김정식(金貞植) 선수(善守)로써 일진일퇴(一進一退)를보히는대접전리(大接戰裡)에개전(開戰)한지이분(二分)에 평양군(平壤軍)RI김재신(金載辛)의 절호(絕好)한『파스』한를 김도진(金道鎭)잘밧어『롱슛트』한뽈이『꼴·포스트』를넘어서 최초(最初)의기회(機會)를일(逸)하고다시사분(四分)에평양군금기덕(平壤軍金己德)의『드로임』의착오(錯誤)로경성군자유축(京城軍自由蹴)을이(利)하엿스나김성태(金聖泰)『어프·싸이드』가되여 무위(無爲)로귀(歸)한후(後) 평양군자유축(平壤軍自由蹴)을엇어공격(攻擊)할제역시김재신(亦是金載辛)『어프싸이드』료무위(無爲)되여’라고 전했다. 이 기사는 평양군 금기덕의 ‘드로인’ 실책으로 경성군이 자유축(프리킥)을 얻었으나 김성태의 오프사이드로 무효가 된 뒤 평양군 역시 자유축을 얻어 공격했으나 이번에도 김재신의 오프사이드로 무위에 그쳤다는 내용이었다.

북한은 1960년대 이후 체육 용어에서도 ‘주체적 민족어’를 확립한다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오면서 영어식 표현 ‘드로인’이 직역이나 음차가 모두 외래어 느낌이 강하다는 판단하에 경기장으로 옆에서 던져 넣는 것”이라는 기능적 특징을 명시해 ‘옆던지기’라는 순우리말화 용어를 택했다. (본 코너 1581회 ‘북한은 문화어에서 스포츠 용어를 어떻게 바꾸었나’ 참조)

북한 체육용어는 ‘직관성’을 중시해 말 그대로 보이는 동작을 설명식으로 풀어낸 것이 많다.

예를들면 ‘코너킥’을 ‘구석차기’, ‘프리킥’을 ‘벌차기’, 패스를 ‘넘기기’, ‘골키퍼’를 ‘문지기’ 등으로 푷녀하는 경우이다. 이 구조에 따라 스로인도 경기장 옆선에서, 팔을 머리 뒤에서 앞으로 가져와 공을 던져 넣는 동작을 그대로 ‘옆에서 던진다’는 뜻의 ‘옆던지기’로 표현한 것이다. (본 코너 1604회 ‘북한에선 왜 ‘골키퍼’를 ‘문지기’라고 말할까‘, 1606회 ’북한 축구에서 왜 ‘코너킥’을 ‘구석차기’ 또는 ‘모서리뽈’이라 말할까‘, 1607회 ’북한에선 왜 ‘프리킥’을 ‘벌차기’라고 말할까‘ 참조)

북한은 던지는 기술을 체육 전반에서 ‘던지기’ 계열로 체계화해 사용한다. ‘창던지기’, ‘원반던기지’, ‘포환던기지’ 등으로 표현한다. 따라서 축구에서도 동일 논리로 범주화해 기술 계열 통일성을 확보한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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